일본은 연봉은 낮은데 생활비가 비싸서 걱정이에요
월급에 포함된 수당이나 세금에 대해 궁금해요
유튜브 댓글이나 질문 커뮤니티에 이런 의견들이 있었는데요. 조금 불편할 수도 있지만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돈’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일본에서 생활하는데 돈이 얼마나 들고, 얼마나 모을 수 있는지, 마지막으로 일본취업해서 돈 모을 수 있을까요? 라는 질문에 대해 저의 생각을 공유해볼게요.
도쿄 기준 한달 생활비
제 경험을 바탕으로 고정비와 유동비로 나누어서 한달 생활비를 보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고정비 내역 | 금액 |
---|---|
월세 | 최소 6만엔 이상 |
전기, 수도, 가스 등 광열비 | 1~1.5만엔 |
와이파이 | 4천엔 |
핸드폰 | 1만엔 |
식비 | 최소 4만엔 |
고정비 합계 | 최소 13만엔 |
도쿄 거주의 경우, 내 방에서 밥만 먹고 숨만 쉬어도 최소 100만원은 든다고 생각하시면 될 거 같아요🫠
그럼 유동비 내역을 볼게요.
유동비 내역 | 금액 |
---|---|
생필품 | 1만엔 |
옷, 화장품 등 | 1만엔 |
취미, 여가생활 (교통비 포함) | 1만엔 |
건강 | 1만엔 |
유동비 합계 | 4만엔 |
유동비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약간 여유잡아 설정했어요.
한달 생활비는 17만엔 정도
총합여기에 일년에 한 두번 한국에 갔다오면 왕복항공권만 3-4만엔이 2번 들어요. 한국에 오랜만에 가니 사고 싶었던 거, 먹고 싶었던 거 하다보면 또 돈을 쓸테구요.
일본의 평균 신입 연봉과 저의 1년차 때 연봉
그럼 신입의 평균 연봉은 얼마정도일까요?
평균연봉이라는 게 사실 참고하기에 그닥 좋은 데이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같은 회사, 같은 신입이어도 학부 졸업생과 대학원 졸업생은 연봉이 달라요. 업계, 직무에 따라서도 천차만별이구요. 내 희망업계나 기업, 직무의 평균연봉을 찾아보시는게 좀 더 정확도가 높습니다.
여기서는 편의상 후생노동성에서 발표한 평균 자료를 바탕으로 이야기해볼게요. 학부 졸업생을 기준으로 하면 신입의 평균 연봉은 대략 200〜250만엔 전후라고 합니다. 여기서 세금이나 연금, 고용보험같은 걸 뺀 실수령은 160-200만엔 정도가 됩니다. 매달 내 통장에 들어오는 금액은 14-17만엔 정도가되겠네요.
신입 때는 여러 영상이나 네이버 카페에서 보이듯 돈을 모으기는 커녕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1년차 때 얼마를 받았을까요?
당시 월급명세서나 원천징수표를 찾아봤는데 신입 때꺼는 없더라구요. 제 기억으로 실수령에서 사택 월세를 뺀 금액이 들어왔고, 그게 16만엔 정도였던 거 같아요. 사택 월세는 2.5만엔이었어요. 제 실수령은 대략 18-19만엔정도로, 제 신입 때 연봉은 260-280만엔 정도였겠네요. 꽤 대기업이었는데 말이죠😅
실망하셨나요?
근데 여러분, 이건 신입 때 연봉이에요.
그럼 제 5년차 때 연봉을 공유해보겠습니다.
저의 5년차 때 연봉
이것은 1년간의 수입을 보여주는 원천징수표인데요.
支払い金額에 적혀있는 648만엔이 제 5년차 때 연봉입니다. 실수령은 490-520만엔 정도로, 월급으로 환산하면 대충 35~43만엔 정도를 받았겠네요. 3년차에 직무는 BtoB영업직으로 유지하고, IT에서 광고업계를 변경하는 이직을 했어요. 마찬가지로 대기업이었습니다.
당시 월세 8만엔 방에 살았는데요. 그 외 생활수준은 크게 바뀌진 않았으니 대략 한달 생활비는 20만엔 정도겠네요. 그럼 매달 15-23만엔 정도는 돈을 모았다는 계산이 되겠네요.
어떠세요? 너무 적은가요?😓
저는 이 정도로도 사고 싶은 거 사고, 먹고 싶은 거 먹고, 가끔 여행도 가며 무리하게 절약한다거나 절제하는 것 없이 자연스럽게 잘 살았던 것 같아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면, 그 일을 잘하려고 노력할 것이고 성과를 내면 연봉도 오르기 마련입니다. 특히 대기업은 성과를 내며 연차가 쌓일수록 많이올라가죠.
하지만 회사에 따라 상황이 다를 수 있어요.
그러니 연봉에 대해 불안하다면 신입 때 얼마 이상은 받고 싶은지, 몇년 후엔 얼마 정도 원하는지 마지노선을 정해보고, 희망 업계나 회사의 평균 연봉이 마지노선보다 많이 낮다면 어떻게 할지 다시 생각해보면 됩니다.
애초에 연봉이 높은 업계를 노려볼 수도 있죠. 업계 자체가 벌어들이는 돈이 적으면 당연히 내 월급도 적을 수 밖에 없으니까요. 저처럼 이직을 해서 연봉을 올리는 방법도 있구요.
생활비를 낮추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꿀팁
1년차 때부터 조금이라도 돈을 모으고 싶다면 여러가지 변수로 조정해보는 방법을 공유할게요.
✔️ 월세
사택을 제공하는 회사에 입사하면 가장 부담이 큰 월세를 줄일 수 있어요. 사택 월세는 보통 2-3만엔 정도입니다.
사택이 없다면 주택수당(住宅手当)나 월세 보조(家賃補助)가 있는 곳을 노려보죠. 보통 2만엔 정도 받을 수 있습니다.
만약 내가 가고 싶은 곳이 아무 것도 없다면 출퇴근 1시간 이상, 맨션보단 조금 저렴한 아파트나 주택에 사는 것도 좋아요. 요즘은 재택근무가 메인이 된 회사도 많으니 재택근무를 한다면 굳이 회사가 가까운 곳에 살 필요는 없으니까요.
✔️ 핸드폰비
초기비용이 들긴 하지만 비싼 신제품을 할부로 사지 말고, SIM프리 단말기를 중고로 구입해서 알뜰폰 플랜에 가입합니다. 알뜰폰 요금은 보통 990〜3,000엔 전후니 할부금을 갚느라 2년동안 매달 만엔씩 지출하기보단 훨씬 낫겠죠.
참고로 알뜰폰 종류에는 라인모, ahamo, POVO, UQ mobile, 楽天mobile 등이 있습니다.
✔️ 와이파이
하루종일 회사에 있는데 집에 와파가 꼭 필요한가요?😚 테더링으로도 충분합니다. 하지만 이 경우, 월 990엔 플랜은 데이터가 부족하므로 3천엔 정도로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플랜에 가입해야 해요.
혹은 재택근무가 메인일 경우, 회사에서 재택근무 수당이 나오므로 그걸로 와이파이 비용을 충당할 수도 있어요.
✔️ 식비
가끔씩 점심 도시락 싸보는 건 어떨까요? 사실 저도 못한 거라 어렵다는 건 압니다ㅎ
주말엔 집밥을 해먹고, 식당 외식은 주 2회 등 횟수를 정해서 제한해보는 것도 좋아요. 이런 작은 노력만 해도 월 5천엔 정도는 절약될 거에요.
✔️ 그 외
옷, 화장품 등 불필요한 치장에 돈 쓰지 않기에요. 모든 걸 비싼 제품을 쓸 필요 없이, 필요하고 맘에 드는 것만 투자하고 그 외의 것은 가능한 저렴한 제품을 골라보는 거죠. 한국의 당근마켓같은 메루카리나 지모티를 활용하거나, bookoff같은 중고서점을 활용하는 것도 의외로 재밌답니다.
중요한 건 돈을 써야 될 곳과 아껴야될 곳을 구분하고, 어디에 얼마나 돈을 쓰는지 파악하는 습관인 것 같아요. 저는 쇼핑이나 술자리를 좋아하지 않았기에 생활비가 비교적 적은 편이었어요. 하지만 일년에 한두번 한국에 갈 때만큼은 자유롭게 돈을 쓰고, 일할 때 쓰는 가방과 수트, 시계는 비싸도 좋은 물건을 사서 오래 쓰는 식으로 생활했어요.
얼마를 벌 수 있을까? 전에 생각해볼 것들
이제 대학을 졸업했거나 이미 일하고 있는 독립된 개인이 되었으니 돈을 벌고 싶은 것은 당연해요. 많이 벌 수 있다면 나쁠 건 없죠. 하지만 돈을 기준으로 두면 끝이 없어요. 끝이 없고 기준이 불명확한 욕구 때문에 정작 내가 하고 싶은 선택을 망설이게 됩니다.
만약 돈 때문에 어떤 선택을 망설이고 있다면 이런 것들을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 지금 내 한달 생활비는 얼마인가?
- 누군가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가 (YES라면 그 분들께 끼치는 영향도 고려해야겠죠)
- 얼마를 모으고 싶은가? 그 돈의 목적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 돈은 지금 내 삶의 우선순위 중 몇위인가?
모든 질문은 ‘나’를 기준으로 하고 있어요.
고연봉의 진실
학생일 때는 미처 생각이 닿지 않을 수 있어요. ’연봉이 높다 = 그 연봉보다 더 많은 돈을 회사에 벌어다준다’는 사실이에요. 내 연봉이 1억이라면 내가 회사에 벌어다주는 돈은 그 이상이기 때문에 회사가 나를 고용한다는 뜻이죠.
연봉이 높아질수록 성과도, 책임도, 스트레스도 비례합니다. 그만큼 내 에너지를 회사에 쏟아야 하겠죠. 이건 한국이든 일본이든 어떤 회사를 가도 마찬가지일 거에요.
일본 신입사원의 연봉은 굉장히 적지만 그만큼 신입에게 과도한 일을 맡기지 않기에 스트레스도 적다고 생각해요. 좋은 선배와 매니저를 만난 덕도 있겠지만 저는 1년차 때 돈 받고 일 배우는 느낌이 들기도 했어요.
만약 신입 때부터 확실한 성과를 요구하는 회사라면 연수 자체가 빡세고, 실무에 그냥 던져서 거칠게 키우고 그만한 대우를 해줍니다. 돈을 많이 벌고 싶다면 그러한 사풍과 월급구조를 가진 회사에 들어가면 되는 거죠. 실력이 없는데 어쩌다 고연봉을 주는 회사에 들어간다면 딱 그 괴리만큼 스스로 노력하고 힘들어하는 시간을 겪을 거라 생각해요.
일본은 연봉은 낮고 물가는 높다는데…
하고 싶은 일만 고집하느라 돈에 허덕이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은 기우일지 모릅니다.
어쨌든 일본인들도 모두 이 월급에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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