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한국

3월 5일

7시에 일어나서 씻고 마지막으로 짐을 체크했다. 아침식사는 타다시의 프렌치 토스트. 8시 반에 집을 나와서 8:46분 전철을 타고 上本町로 이동했다. 리무진 버스로 50분 정도면 간사이 공항에 도착한다. 결혼할 때 서류 떼러 3년만에 한국에 간 이후로 1년만에 귀국인가. 그 땐 회사원이라 4-5일 정도 머물렀지만 이번엔 한달간 한국에서 지낼 예정이다.

12시 반 비행기를 탔는데 15시에 집에서 밥을 먹고 있다는 건 기적같은 일이다. 도쿄에 살 때는 도쿄 집에서 나리타 공항으로 이동, 나리타에서 인천공항으로, 인천공항에서 강변으로 이동 후, 동서울 터미널에서 본가로 가는 버스를 탔다. 이동으로 하루를 다 썼다. 오사카로 전근을 오고 나서 청주공항을 처음 이용했다. 9시쯤 오사카 집에서 나와 13시에 한국 집에서 밥을 먹고 있는 건 기적같은 일이었다. 그래서 도쿄가 아닌 간사이에 머물기로 결정했다.

오랜만에 많은 사람들의 인파에 둘러싸였다. 어색하기도 불편하기도 했다. 해외로 수학여행을 가는 중고등학생들이 많았다. 이제 진짜 코로나는 정말 옛일이다. 대기줄이 짧아서 바로 티켓팅을 하고 짐을 수화물로 붙였다.

예전에는 면세코너를 꼭 들르곤 했다. 화장품도 사고 향수도 사고. 그런데 생활환경과 패턴이 바뀌니 그런 것들에 관심이 사라졌다. 외출이나 중요한 날, 유튜브 촬영할 때 빼곤 늘 쌩얼에 질끈 묶은 머리로 지낸다. 궁금한 브랜드는 20대 때 마음껏 시도했고, 요즘은 화장품 브랜드들이 쏟아지다보니 굳이 백화점 브랜드를 고집할 필요를 못 느낀다. 향수는 여전히 좋아하지만 함께 사는 이가 향수를 힘들어한다. 그러다보니 쓰지 않게 되었다.

들고 온 백팩을 머리 위 짐칸에 실었다. 아이패드만 꺼내서 책을 읽을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분명 그렇지 못할 것이므로 그냥 두었다. 2시간인 줄 알았던 비행시간은 1시간 반으로 단축되어 14시에 착륙했다.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입국 절차를 끝내고 밖으로 나왔다. 드디어 한국이다!

공항에서 집까지는 차로 30분 정도 거리라 바로 택시를 탔다. 택시비가 3000엔이라고 하니 너무 저렴하다며 타다시가 놀랐다. 기사님께 주소를 알려드리고 카메라를 만지작거렸다.

엄마는 새 집으로 이사를 갔다. 그 집에 처음으로 간다. 아파트 입구에서 나를 기다리는 엄마의 뒷모습이 보였다. 지금까지 중에 가장 넓은 집이었다. 이 집이 엄마의 집이라면 참 좋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럴 때마다 내가 더 경제적으로 넉넉하다면 하는 생각을 늘 한다.

첫 끼는 나물과 갈비탕. 안타깝게도 사진을 남기지 못했다. 빨리 먹고 싶기도 했고 영상통화로 타다시에게 보여주느라 사진찍을 틈을 놓쳤다. 타다시와는 늘 원플레이트 식사랄까. 메인 메뉴 하나에 밥만으로 식사하는데 반찬을 여러 개 두고 그것들의 궁합을 즐기는 즐거움은 본가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호사다. 제대로 된 밥을 먹는다는 기쁨.

엄마는 밥을 먹고 한숨 자라고 했지만 그닥 피곤하지 않았다.

평소에 집에서는 듀얼모니터로 일하다가 처음으로 모니터가 없는 환경이라 미리 확인해두고 싶었다. 아이패드로 미러링해서 마치 듀얼모니터처럼 쓸 요량이었다. 약간 불편한 점도 있었지만 이 정도면 훌륭했다. 메일이랑 할일만 대충 체크해두고 휴식 모드로 들어갔다.

티비를 안 본지 참 오래되었는데 집에만 오면 왜 이렇게 티비를 보게 되는지 모르겠다. 화면이 커서인가? 바보상자의 바보가 되는 느낌이다. 그래도 가끔은 이렇게 생각없이 널부러져있는 것도 좋지 하면서 티비를 보았다.

3월 6일

오늘은 평소대로 6시간 외주업무를 하는 날이다. 거실 바닥에서 잤는데 이불을 얇게 깐 탓인지 허리가 아팠다. 내일은 이불을 좀 더 깔아야겠다.

일어나서 이불 개고 옷 갈아입고 세수와 양치. 영양제 먹고 간단히 스트레칭. 평소 아침루틴대로 움직였다. 환경이 바뀌었을 때 루틴의 힘을 실감한다. 환경이 바뀌면 찰나의 순간이지만 뭘 할지 망설이게 되고, 결국 내가 원하는 행동이 아니라 습관으로 배어있는 행동으로 하루가 지나가기 일쑤다. 그럴 때 루틴대로 움직이면 페이스가 안정된다. 영상 편집을 살짝 하고 식사를 했다. 어제랑 똑같은 갈비탕에 나물인데 그냥 다 맛있다.

저녁에는 비빔밥을 먹었다. 하.. 너무 맛있었다.

Comment

コメントする

Cont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