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보고

얼마만인지 모를 정도로 오랜만에 유튜브 요약이 아니라 한 화씩 제대로 정주행한 드라마였다. 물론 1.25배와 건너뛰기는 살짝씩 했지만. 마음 따뜻해지는, 깨닫는 것도 많은, 오랜만에 만난 마음에 드는 드라마였지만 다시 보기는 힘들 것 같다.

눈물이 자주 났다.

내용적으로 그런 것도 있지만 원래 눈물이 많은 편인 것 같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등장인물들에 감정이입이 되서 잘 우는 편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상한 타이밍에도 자주 눈물이 나곤 했다. 새 직장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스스로도 인정할 만한 성과를 냈을 때. 친하지만 보이지 않는 벽 같은 게 느껴지던 동료나 상사와 조금 친밀해진 듯 처음 농담을 주고 받으며 사적인 이야기를 나눌 때도 눈물이 나곤 했다. 이상한 타이밍이라 들키고 싶지 않아서 눈이 아픈 듯 어물쩍 넘어가곤 했었다.

불편하던 무언가가 해소된 순간 터져나온 안도의 눈물? 기쁨의 눈물일 수도 있겠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눈물이 날 정도로 얼른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나 조직에 진심으로 마음 편히 스며들지 못하는 상황을 신경쓰고 불안해하던 ‘내’가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나 스스로는 한번도 느낀 적이 없지만 말이다.

자기는 멀쩡하다 여겼지만 죽고 싶을 만큼 중증의 우울증을 앓았던 주인공처럼 자기가 어떤 상태인지 스스로는 도무지 알기 힘들다. 하루에도 수만가지 생각을 하고 복합적인 감정들이 오가는데 숲 속 한가운데 서서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그럴 땐 오히려 내 행동과 증상과 사실과 느낌만을 바라보는 게 맞는 것 같다.

에피소드 중에서 딸의 문제로 병원을 찾았다가 본인의 문제를 발견하는 엄마의 에피소드가 있었다. 자기는 아무문제 없고 일도 바쁘고 한가하게 치료할 여유가 없다고 하던 인물은 갑자기 기억이 사라지는 경험을 하고 결국 입원한다. 그러나 입원 후에도 계속해서 스마트폰을 붙잡고 일을 한다.

치료의 일환으로 일기를 쓰게 되고, 일기 내용 중 부정적인 감정에 노랗게 형광펜으로 표시해보라는 조언을 듣게 된다. 그 결과, 날이 갈수록 노랗게 물들어진 자신의 일기장을 마주한다.

계속해서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내가 쓰는 기록은 일순간의 파편에 불과하지만 적어도 그 순간의 내가 그러했다는 걸 보여준다. 그렇게 하나하나 조각을 모아 ‘나는 이렇구나’ 하며 인지하고 인정해나가야 한다. 그 조각을 많이 모을수록 나에게 친절해질 수 있다.

이번주 내내 노션 리뉴얼 작업에 빠져있었다. 그 덕에 이런 멋진 감정일기장도 만들었다. 내 감정상태가 어떠했는지 한눈에 볼 수 있게 꾸려보았는데 처음 해보는 시도라 굉장히 맘에 든다.

결혼 이후 꽤나 안정되어있고, 기쁘고 행복한 날이 대부분이라고 느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율로 보니 6:4정도였다. 여전히 불안과 신경쓰임과 무력과 자책의 날들이 있다. 그러나 이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걸 안다.

조금 더 나를 해상도 높게 바라보는 기분이 들고, 조금 더 나에게 친절해진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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